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자 500가지가 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간(Liver)’. 해독 작용, 영양소 대사 및 저장, 쓸개즙 생성, 면역 기능 등 생명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하지만 간은 기능의 상당 부분이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건강검진 결과표에 적힌 간 기능 검사 수치를 보고서야 비로소 간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알파벳 약어와 숫자로 나열된 간 기능 검사 결과는 언뜻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는 간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는 중요한 ‘건강 신호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건강검진의 단골 항목인 간 기능 검사의 주요 수치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몸의 중요한 화학공장인 간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부: 간 기능 검사 핵심 수치, 무엇을 말해줄까?
간 기능 검사(Liver Function Test, LFT)는 혈액 속에 존재하는 특정 효소나 단백질,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여 간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주요 검사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AST (SGOT) & ALT (SGPT): 간세포 손상의 직접적인 지표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와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는 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효소입니다.
어떠한 원인으로든 간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되면 이 효소들이 혈액으로 흘러나와 수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AST와 ALT는 간 손상 여부를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ALT (Alanine Aminotransferase): 주로 간세포에 존재하여, ALT 수치 상승은 간 손상을 비교적 특이적으로 시사합니다.
급성 간염, 지방간, 약물성 간 손상 등이 있을 때 수치가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AST (Aspartate Aminotransferase): 간뿐만 아니라 심장, 신장, 근육 등에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AST 수치만 단독으로 높을 경우, 간 이외의 다른 장기나 근육의 문제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정상 범위는 보통 40 IU/L 이하지만, 검사 기관마다 기준치는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의 경우 ALT보다 AST 수치가 더 현저하게 상승하며, AST/ALT 비율이 2 이상이면 알코올성 간 손상을 강력히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2. ALP & GGT (γ-GTP): 쓸개즙 배출 장애의 신호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와 GGT(감마 글루타밀 전이효소)는 간세포와 쓸개관(담관) 세포에 많이 분포하는 효소입니다.
이 수치들은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담즙)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때 주로 상승합니다.
ALP (Alkaline Phosphatase): 간의 쓸개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담석 등으로 인해 쓸개즙 배출 경로가 막혔을 때 증가합니다.
다만, ALP는 뼈에서도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성장기 청소년이나 골절 환자, 특정 뼈 질환이 있을 때도 수치가 오를 수 있습니다.
GGT (Gamma-Glutamyl Transferase): 알코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효소로, 잦은 음주 시 가장 먼저 수치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GGT는 알코올성 간 장애를 진단하고 음주 여부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ALP와 GGT 수치가 함께 상승했다면 쓸개즙 배출과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빌리루빈(Bilirubin): 간의 해독 및 배설 기능 평가
빌리루빈은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파괴될 때 생성되는 황색 색소입니다.
간은 이 빌리루빈을 처리하여 쓸개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간 기능이 저하되거나 쓸개즙 배출 경로가 막히면 빌리루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이게 됩니다.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지면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알부민(Albumin) & 프로트롬빈 시간(PT): 간의 합성 기능 척도
위의 수치들이 간세포의 ‘손상’ 정도를 보여준다면, 알부민과 프로트롬빈 시간은 간의 ‘기능’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알부민 (Albumin): 간에서만 합성되는 우리 혈액 속의 가장 중요한 단백질입니다.
간 기능이 만성적으로 저하되면(예: 간경변증) 알부민 합성 능력이 떨어져 혈중 알부민 수치가 낮아집니다.
프로트롬빈 시간 (Prothrombin Time, PT): 간은 혈액 응고에 필수적인 단백질(혈액응고인자)들을 만듭니다.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면 이러한 단백질 생성이 부족해져 피가 멎는 데 걸리는 시간, 즉 프로트롬빈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2부: 수치 개선과 예방을 위한 생활 관리 포인트
간 기능 검사 수치에 이상이 발견되었다면,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동시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간의 부담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 절주와 금주는 필수
알코올은 간 손상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이 간세포를 직접 파괴합니다.
간 수치가 높다면 반드시 금주해야 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도 과음과 폭음은 피해야 합니다.
2.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정 체중 유지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도한 칼로리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입니다.
탄수화물과 당분,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양질의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지방간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3. 무분별한 약물 및 건강기능식품 섭취 주의
모든 약물과 건강기능식품은 간에서 대사 과정을 거칩니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 보조 식품, 과도한 약물 복용은 오히려 간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하는 ‘독성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약이나 건강식품을 섭취하기 전에는 반드시 의사,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4. 규칙적인 운동
걷기, 조깅, 수영 등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체내 지방을 줄여 지방간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또한 전반적인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간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5. 정기적인 건강검진
간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간 기능 검사 수치를 추적 관찰하고, 바이러스성 간염(B형, C형) 항체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맺음말
간 기능 검사 결과표는 우리 몸의 묵묵한 일꾼, 간이 보내는 소중한 건강 편지입니다.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됩니다.
이는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건강을 재정비하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오늘부터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절제를 통해 간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습관을 시작하여 활기찬 삶을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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