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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체중 증가의 내과적 원인

by 세상의 모든 일들 2025. 10. 18.

혹시 나도?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단순 과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과적 원인 총정리)

 

서론: 체중계 숫자가 보내는 경고 신호

 

어느 날 문득 입던 바지가 꽉 끼거나 체중계의 숫자가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최근에 너무 많이 먹었나?' 혹은 '운동을 게을리했나?'라며 자신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체중 증가는 섭취 칼로리가 소모 칼로리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식사량이나 활동량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예: 몇 주에서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체중이 증가했다면 이는 단순한 '살'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몸 내부의 불균형이나 질병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는 내과적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이어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몸의 시스템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체중 증가의 주요 내과적 원인들을 심도 있게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호르몬 불균형: 신진대사의 교란

 

우리 몸의 대사, 식욕, 체지방 분포 등을 조절하는 것은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 시스템(내분비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체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1) 갑상선 기능 저하증 (Hypothyroidism)

 

가장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여 우리 몸의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합니다.

발생 기전: 어떠한 원인(자가면역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으로 인해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우리 몸의 대사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집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의 엔진 효율이 낮아진 것과 같습니다.

증상: 적게 먹어도 에너지가 제대로 소모되지 않고, 남은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되기 쉽습니다. 

 

또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의 체중 증가는 지방 축적뿐만 아니라, '점액수종(myxedema)'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형태의 부종(체액 저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몸이 붓고 체중이 늘어납니다.

동반 증상: 만성 피로, 추위를 심하게 탐, 피부 건조, 모발 탈락, 변비,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 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2) 쿠싱 증후군 (Cushing's Syndrome)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할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발생 기전: 코르티솔은 식욕을 증진시키고, 특히 복부, 얼굴, 목 뒤쪽에 지방을 집중적으로 축적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부신(신장 위) 자체의 문제이거나, 뇌하수체의 문제, 혹은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의인성 쿠싱 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 특징적으로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반면,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어지고(월상안, Moon face), 배가 나오며(중심성 비만), 목 뒤에 지방이 쌓이는(물소 혹, Buffalo hump) 독특한 체형 변화를 보입니다.

동반 증상: 피부가 얇아지고 멍이 잘 들며, 복부나 허벅지에 붉은색 또는 자색의 선조(튼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압 및 혈당 상승, 골다공증, 감정 기복 등도 동반됩니다.

3) 다낭성 난소 증후군 (PCOS, Polycystic Ovary Syndrome)

 

가임기 여성에게 흔히 발견되는 내분비 질환으로, 호르몬 불균형(특히 남성 호르몬 증가)과 '인슐린 저항성'이 특징입니다.

발생 기전: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지만, '지방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들은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우리 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고인슐린혈증). 

 

이 높은 인슐린 수치가 체지방 축적을 쉽게 만듭니다.

증상: 주로 복부 비만을 유발하며,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동반 증상: 불규칙한 생리 주기 또는 무월경, 여드름, 다모증(남성형 털 과다), 난임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2. 체액 저류 (부종): '살'이 아닌 '물'

 

단기간에 2~3kg 이상 급격히 체중이 늘었다면, 이는 지방이 쌓인 것이 아니라 몸 안에 수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부종(Edema)'일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심각한 내부 장기 기능의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1) 심부전 (Heart Failure)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어 혈액을 온몸으로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발생 기전: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정맥에 혈액이 정체됩니다.

 

이로 인해 혈관 내의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와 부종이 발생합니다.

 

또한, 심장은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조절하는데, 심부전 시 신장 혈류가 감소하면 신장은 몸에 수분과 나트륨을 더 많이 축적하게 만듭니다.

증상: 주로 발목이나 다리(하지 부종)가 붓기 시작하며, 저녁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해지면 복부(복수)나 폐(폐부종)에도 물이 찰 수 있습니다.

동반 증상: 계단을 오르거나 누웠을 때 숨이 참(호흡 곤란), 만성 기침, 심한 피로감, 야간 빈뇨 등이 나타납니다.

2) 신장(콩팥) 질환 (Kidney Disease)

 

신장은 우리 몸의 정수기처럼 노폐물을 거르고 수분과 염분 균형을 맞추는 핵심 장기입니다.

발생 기전: 사구체신염, 신증후군, 만성 신부전 등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할 수분과 나트륨이 체내에 쌓이게 됩니다. 

 

특히 신증후군의 경우, 소변으로 단백질(알부민)이 다량 빠져나가 혈중 알부민 농도가 낮아지는데, 이는 혈관 내 수분을 잡아주는 힘(삼투압)을 약화시켜 수분이 조직으로 쉽게 빠져나가 전신 부종을 유발합니다.

증상: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 주위나 얼굴이 붓는 것(안검 부종)이 특징적일 수 있으며, 점차 전신으로 부종이 확산됩니다.

동반 증상: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나거나(단백뇨), 혈뇨, 고혈압,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3) 간경변 (Liver Cirrhosis)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상태입니다.

발생 기전: 간경변이 진행되면 간에서 혈액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문맥)의 압력이 높아집니다(문맥압 항진증). 

 

또한, 간은 혈중 알부민을 생성하는 주요 장기인데, 기능이 저하되면 알부민 합성이 줄어듭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복강 내에 물이 차는 '복수(Ascites)'가 발생합니다.

증상: 다른 부위는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복수가 차면 복부 팽만감, 소화 불량, 호흡 곤란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반 증상: 황달(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함), 식도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의식 혼탁) 등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복용 중인 약물 (의인성 원인)

 

때로는 질병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스테로이드 (부신피질호르몬제): 앞서 언급한 쿠싱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식욕 증가, 수분 저류, 지방 재분배(얼굴, 복부)를 일으킵니다. (예: 프레드니솔론)

항우울제 (일부): 일부 계열의 항우울제(TCA 계열, 일부 SSRI 계열)는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어 식욕 증가 및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 (일부): 인슐린 주사나 일부 경구 혈당 강하제(설포닐유레아 계열 등)는 혈당을 세포 내로 밀어 넣는 과정에서 체지방 합성을 촉진하여 체중 증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 일부 1세대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 감기약)는 식욕 중추에 영향을 주어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절대 안 되며,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약물 조절이나 대체 약물 처방을 논의해야 합니다.

결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를 찾으세요

 

단순히 체중이 늘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여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방치하여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는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중요한 건강의 적신호입니다.

만약 다음과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과(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식사량이나 생활 습관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수 주 이내에 3kg 이상 체중이 증가했다.

체중 증가와 함께 심한 피로감, 부종, 호흡 곤란, 피부 변화, 생리 불순 등 다른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특정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문진, 신체 검진과 더불어 혈액 검사(갑상선 호르몬, 신장/간 기능, 코르티솔, 전해질, 혈당 등), 소변 검사, 필요시 영상 검사(초음파, CT 등)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불필요한 체중 증가를 멈추고 건강을 되찾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입니다. 

 

여러분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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