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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합리적인 고객은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 목차

    A/B 테스트를 돌렸는데 결과가 이상했습니다. 똑같은 상품인데 설명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전환율이 30%나 차이가 났어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어차피 같은 정보인데 순서가 뭐가 중요할까요?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명확했습니다. 

     

    "고객들이 정말 꼼꼼히 읽고 판단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마침 동료가 추천해준 책이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가 쓴 책이라는 게 흥미로웠어요.

     

    제가 이 책에 끌렸던 건 저자가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라는 점이었습니다. 전통 경제학은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고객들은 논리가 아니라 직관으로 움직이고, 그 직관은 수많은 편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게 책의 핵심이었습니다. 

     

    카너먼은 수십 년간의 실험 데이터로 이걸 증명했어요. 제가 겪은 A/B 테스트 결과의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상징하는 뇌와 퍼즐 아이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상징하는 뇌와 퍼즐 아이콘

     빠른 뇌와 느린 뇌 - 시스템1과 시스템2의 작동 방식

    책의 핵심은 인간에게 두 가지 사고 시스템이 있다는 겁니다. 카너먼은 이걸 시스템1과 시스템2라고 불렀어요. 

     

    시스템1은 빠르고 자동적이고 직관적입니다. 반면 시스템2는 느리고 의식적이고 논리적이에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스템1으로 살아간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시스템2는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뇌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시스템1이 먼저 반응하고, 시스템2는 그걸 정당화하는 역할만 한다는 거죠.

     

    책에서 든 간단한 예시가 있습니다. "야구 방망이와 공의 가격이 합쳐서 1달러 10센트입니다. 방망이가 공보다 1달러 비쌉니다. 

     

    공의 가격은?" 많은 사람이 즉시 "10센트"라고 답한다고 해요. 하지만 정답은 5센트입니다. 

     

    시스템1이 빠르게 답을 던지고, 시스템2는 그걸 검증하지 않은 채 받아들인 거죠.

     

    마케팅에서 이게 왜 중요할까요?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상품 페이지를 방문한 고객이 모든 설명을 꼼꼼히 읽고 비교하고 분석해서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대부분은 시스템1이 0.5초 만에 "이거 괜찮네" 또는 "별로네"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나서 시스템2가 그 판단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요.

     

    제 A/B 테스트 결과도 이제 이해가 됐습니다. A안은 "30일 무료 체험, 이후 월 9,900원"이었고, B안은 "월 9,900원, 첫 30일 무료"였어요. 

     

    똑같은 내용인데 B안의 전환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시스템1은 첫 번째 문장을 더 강하게 인식하거든요. 

     

    B안은 가격을 먼저 보여주고 무료라는 단어를 나중에 배치해서 "비싸네" → "어? 무료네!"라는 긍정적 반전을 만든 겁니다. 

     

    A안은 무료부터 보여줘서 "나중에 돈 내야 하네"라는 부정적 전환이 됐고요.

    닻내림 효과 - 첫 번째 숫자가 모든 걸 지배한다

    두 번째로 충격적이었던 개념은 앵커링, 즉 닻내림 효과였습니다. 

     

    사람들은 처음 접한 숫자에 의해 이후 판단이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그것도 그 숫자가 전혀 관련 없는 것이어도 말이죠.

     

    카너먼이 소개한 실험이 놀라웠습니다. 

     

    룰렛을 돌려서 나온 숫자(예: 10 또는 65)를 본 후, "유엔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몇 퍼센트일까요?"라고 물었어요. 

     

    룰렛에서 65가 나온 그룹은 평균 45%라고 답했고, 10이 나온 그룹은 평균 25%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완전히 무작위 숫자인데도 판단에 영향을 준 거죠.

     

    실생활 예시를 생각해보면 더 명확합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집을 보여줄 때 제일 먼저 비싼 집을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첫 번째로 본 3억짜리 집이 앵커가 되면, 그 다음 보는 2억 5천만원짜리 집이 합리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순서를 바꿔서 2억짜리를 먼저 보여주면 같은 2억 5천만원 집이 비싸게 느껴집니다.

     

    제 온라인 스토어에도 바로 적용했습니다. 예전에는 가격이 낮은 제품부터 보여줬어요. "저렴한 것부터 보여주면 부담 없이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카너먼의 이론대로라면 이건 실수였습니다. 저가 제품이 앵커가 되면 중가 제품이 비싸 보이니까요.

     

    순서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제일 먼저 프리미엄 라인을 보여주고, 그 다음 스탠다드 제품을 배치했어요. 

     

    같은 제품인데 평균 구매 가격대가 올라갔습니다. 고객들이 첫 번째로 본 고가 제품이 기준점이 되니까, 중간 가격대 제품이 합리적으로 보인 거죠. 

     

    심지어 일부 고객들은 "가격대가 다양해서 선택하기 좋다"는 리뷰를 남겼어요. 제품은 똑같은데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말이에요.

     

    닻내림 효과는 할인 표시에도 적용됩니다. "30% 할인"보다 "정가 50,000원 → 35,000원"이 더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 있어요. 

     

    50,000원이라는 높은 앵커를 먼저 제시하고, 실제 가격을 그보다 낮게 보여주면 득을 본 느낌이 강해지거든요.

    손실 회피 -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두 배 더 아프다

    세 번째 핵심 개념은 손실 회피였습니다. 이건 다른 책에서도 본 내용이긴 한데, 카너먼은 이 개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에요. 

     

    사람들은 이득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낀다는 거죠.

     

    실험 데이터가 명확했습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드립니다.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습니다. 

     

    하시겠습니까?" 기댓값으로만 따지면 이건 이득이에요. 

     

    50% 확률로 150달러를 얻고, 50% 확률로 100달러를 잃으니까 평균적으로는 25달러 이득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한다고 해요. 100달러 잃을 가능성이 너무 무섭게 느껴지는 거죠.

     

    이게 마케팅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이 제품을 사면 좋습니다"보다 "이 제품이 없으면 불편합니다"가 더 강력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득보다 손실이 더 강한 동기가 되니까요.

     

    제 경험을 돌아보니 여기서도 실수하고 있었습니다. 제품 설명에 "이걸 쓰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라고 썼거든요. 

     

    긍정적이고 좋은 표현이잖아요. 그런데 카너먼의 이론에 따르면 "이게 없으면 매일 30분을 낭비하게 됩니다"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스트해봤어요. 같은 제품인데 문구만 바꿨습니다. 

     

    "지금 구매하시면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vs "오늘까지만 2만원 혜택, 내일부터는 혜택 없음" 후자의 클릭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2만원을 얻는 것보다 2만원 혜택을 놓치는 게 더 싫었던 거죠.

     

    무료 배송도 손실 회피로 설명됩니다. 30,000원 상품에 배송비 3,000원을 따로 받으면 고객은 "3,000원을 추가로 잃는다"고 느껴요. 

     

    하지만 33,000원에 무료 배송이면 손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같은 금액인데 말이죠. 저는 즉시 가격 구조를 바꿨고, 장바구니 이탈률이 확 줄었습니다.

    학술서의 벽 - 두껍고 어렵고 느린 책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학술적 용어가 가득하고, 실험 설명이 반복적으로 나와서 지루한 부분도 많았어요.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니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나오는 통계학 설명이 장벽이었습니다. 회귀 분석, 표준 편차, 상관 계수 같은 개념들이 설명 없이 등장해요. 

     

    통계 배경이 없는 독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저도 몇몇 챕터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마케팅 적용 사례가 직접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학 책이에요. 

     

    마케팅 책이 아니죠. 그래서 "이 개념을 내 비즈니스에 어떻게 쓰지?"는 스스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마케팅 활용법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번역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원서가 영어로 쓰인 학술서라 문장이 길고 복잡한데, 번역 과정에서 더 어색해진 부분들이 있었어요.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가 챕터마다 조금씩 다르게 번역된 것도 헷갈렸고요.

     

    그리고 책이 출간된 게 2011년이라 디지털 마케팅 환경은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SNS 알고리즘, 개인화 추천, 모바일 UX 같은 주제는 없어요. 

     

    물론 인간 심리의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지만, 최신 사례가 있었다면 더 와닿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천 가이드가 없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이론과 실험은 풍부한데, "그래서 당장 뭘 해야 하나요?"에 대한 체크리스트나 워크시트는 없어요. 직

     

    접 노트 정리하면서 제 상황에 맞게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읽는 데만 3주 가까이 걸렸어요.

    결론
    "생각에 관한 생각"은 제게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준 책이었습니다. 

     

    고객이 합리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편향되어 있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시스템1과 시스템2, 닻내림 효과, 손실 회피 같은 개념들은 실제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두껍고 어렵다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학술서 특유의 딱딱함도 있고요. 

     

    하지만 원리만 제대로 이해하면 어떤 마케팅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강점입니다. 유행을 타는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카너먼의 이론을 실제 온라인 마케팅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상품 배치 순서 변경, 문구 프레이밍 테스트, 손실 회피를 활용한 CTA 버튼 최적화 같은 실험 결과를 데이터와 함께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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