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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만 채우고 떠나는 고객들, 그 이유를 알게 해준 책
온라인 쇼핑몰을 3개월째 운영 중인데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방문자는 하루 200명 정도 되는데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건 5명도 안 됩니다.
장바구니 담기는 30건 넘게 일어나는데 결제 완료는 왜 이렇게 적을까요. 광고비만 계속 나가고 매출은 제자리인 상황이 답답해서 여러 마케팅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다 범상규 저자의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을 발견했고, 이 책은 제가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줬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마케팅을 상품을 예쁘게 포장하고 홍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건 시작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고객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것이더군요.
소비자 심리를 모르고 마케팅을 한다는 건 지도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말이 정확히 제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독이 되는 이유 - 결정 마비 현상
처음에는 당연히 상품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으니까요.
그래서 비슷한 제품들을 최대한 많이 등록했습니다. 색상별, 사이즈별, 디자인별로 쪼개다 보니 한 카테고리에만 20개가 넘는 상품이 올라갔죠.
그런데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저자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들이 오히려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걸 "결정 마비" 현상이라고 부르더군요.
사람의 뇌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비교하고 판단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고, 그 결과 아예 결정을 회피한다는 겁니다.
책에서 소개한 실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와 6가지만 진열했을 때를 비교했더니, 더 적은 선택지를 제공했을 때 실제 구매율이 무려 10배나 높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구경은 많이 했지만 정작 사는 건 선택지가 적을 때였던 거죠.
제 쇼핑몰을 다시 보니까 완전히 문제가 보이더군요. 고객들이 상품 페이지에 들어와서 스크롤을 한참 내리다가 그냥 나가는 이유가 이거였습니다.
뭘 골라야 할지 몰라서 그냥 포기한 거예요. 예를 들어 머그컵 하나 사려는데 색상 12가지, 사이즈 3가지, 굿즈 옵션까지 더하니 조합이 수십 가지가 넘었습니다.
저라도 헷갈렸을 겁니다.저자는 해결책도 제시했습니다.
초보 고객에게는 베스트 상품 3개 정도만 먼저 보여주고, 더 찾고 싶은 사람만 전체 목록으로 안내하라는 거죠.
저는 이 방법을 바로 적용했습니다.
메인 페이지에서 "처음이신가요? 이 3가지면 충분합니다"라는 섹션을 만들고 베스트셀러만 보여줬더니 전환율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가격보다 먼저 보여줘야 할 것 - 앵커링과 가치 인식
두 번째로 깨달은 건 가격 표시 방식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상품 페이지 제일 위에 가격을 크게 써놨습니다.
고객들이 제일 궁금해할 정보니까 눈에 잘 띄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자는 정반대로 말하더군요. 사람들은 처음 본 정보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모든 걸 판단한다는 겁니다. 이걸 심리학 용어로 앵커링 효과라고 부릅니다.
배를 정박할 때 내리는 닻처럼, 첫 번째 정보가 기준이 되어 이후 판단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죠.
제가 가격을 먼저 보여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고객은 제품의 가치를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가격부터 봅니다.
그러면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제품이 해결해주는 문제나 제공하는 가치를 먼저 보여주면, 가격을 봤을 때 "이 정도면 합리적이네"라고 느낀다는 거예요.
실제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애플은 아이폰을 소개할 때 가격을 제일 마지막에 말합니다.
먼저 카메라가 얼마나 좋은지, 칩 성능이 어떤지,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충분히 보여준 다음에야 가격을 공개하죠.
그래야 사람들이 "이 정도 기능이면 그 가격도 납득이 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상품 페이지 구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제일 위에는 이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짧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 실제 사용 사진이나 영상, 고객 후기를 배치했습니다.
가격은 중간쯤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조정했죠. 또 단일 가격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 옵션과 기본 옵션을 함께 제시했더니, 기본 옵션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이게 바로 앵커링의 힘이었습니다.
"놓치면 손해"가 "사면 이득"보다 강한 이유 - 손실 회피 심리
세 번째 핵심은 손실 회피 심리였습니다. 이건 정말 신기했는데요, 사람들은 같은 금액이라도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1만원을 주웠을 때의 기쁨보다 1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속상함이 훨씬 더 오래가는 거죠.
저자는 이 원리가 마케팅에서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제품을 사면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아쉬울 겁니다"라는 메시지가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니까요.
실제로 제 주변만 봐도 그렇습니다. 친구가 "오늘 하루만 5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급하게 뭔가를 산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원래 살 생각도 없었는데, 지금 안 사면 할인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 샀다고 하더군요. 이게 바로 손실 회피 심리가 작동한 겁니다.
책에서는 이 원리를 활용한 여러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무료 배송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는 배송비가 상품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도, 사람들은 배송비를 따로 내는 걸 손해라고 느낍니다.
3만원짜리 상품에 배송비 3천원보다, 33,000원에 무료 배송이 심리적으로 훨씬 좋게 느껴지는 거죠.
환불 보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해드립니다"라는 문구는 고객의 손실 우려를 줄여줍니다.
설령 제품이 마음에 안 들어도 돈을 잃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주는 거죠. 재밌는 건, 환불 보장을 명시하면 실제 환불율은 오히려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겁니다.
고객이 안심하고 구매하면 만족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저는 즉시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첫째, 배송비를 상품 가격에 포함시키고 "전 제품 무료 배송"으로 표시했습니다.
둘째, 상품 페이지 상단에 "7일 이내 무조건 환불 가능"이라는 배지를 달았죠.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고객 문의가 줄고 구매율이 올랐습니다.
책의 한계 - 이론은 많은데 실전 가이드는 부족하다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긴 했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심리학 이론 설명에 비해 실전 적용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념은 이해가 되는데, 막상 "그래서 내 비즈니스에는 어떻게 써먹지?"라는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앵커링 효과를 설명하는 챕터는 20페이지가 넘는데,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는 2~3줄로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갑니다.
이론적 배경이나 실험 결과는 풍부한데 정작 "그래서 상품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요?"라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약합니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사례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예시가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 중심입니다.
물론 참고할 만한 내용이긴 한데, 저처럼 작은 규모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산도 다르고 시스템도 다르니까요.
책의 문체도 조금 딱딱합니다. 학술서적은 아닌데 그렇다고 실용서만큼 편하게 읽히지도 않는 애매한 느낌이었습니다.
심리학 전공자나 마케팅 경력이 있는 분들은 괜찮겠지만, 저처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보자에게는 일부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용어 설명이나 주석을 좀 더 친절하게 달아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를 더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의 소비자 심리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바일 환경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같은 내용이 부족했습니다.
책이 출간된 시점을 고려하면 이해는 되지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범상규 저자의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은 제게 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고객을 설득하려고 애쓰는 대신, 고객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결정 마비, 앵커링, 손실 회피 같은 개념들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제 비즈니스를 바꾼 실용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론과 실전 사이의 간극을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온 원리를 제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해보면서 진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책의 개념들을 실제로 제 온라인 스토어에 적용한 구체적인 실험 결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상품 페이지 레이아웃 변경 전후 비교, 가격 표시 방식 A/B 테스트 결과, 무료 배송 전환 후 매출 변화 같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론을 넘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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