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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스킬보다 먼저 ‘사람의 뇌’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우석봉의 "브랜드 심리학"

📑 목차

    화려한 로고와 카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

    마케팅 업무를 하거나 내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최근 그런 시기를 겪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마케팅 강의를 듣고, 상세페이지 디자인을 화려하게 바꾸고, 광고 예산을 늘려 보아도 성과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기술적으로는 더 완벽해졌는데,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우리 제품이 경쟁사보다 스펙이 더 좋은데, 왜 고객들은 비싸고 기능도 떨어지는 저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단순히 '감성 마케팅'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성적인 사진을 쓰고 문구를 다듬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겉멋만 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라는 것이 종이나 화면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소비자의 '뇌' 속에 지어지는 집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저는 이제까지 집 짓는 법(심리학)은 모른 채 인테리어(디자인/카피)에만 신경 쓰고 있었던 셈입니다.

    마케팅의 전장이 시장이 아닌 '고객의 기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자, 읽어야 할 책의 종류가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잘 파는 법'을 다룬 책들은 더 이상 제 고민의 깊이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며, 무의식이 어떻게 지갑을 여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마케팅 서적이 꽂힌 매대가 아닌, 심리학 코너를 서성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심리학을 상징하는 쇼핑백과 뇌 일러스트
    브랜드 심리학을 상징하는 쇼핑백과 뇌 일러스트

    왜 수많은 심리학 책 중 이 책이어야 했나?

    사실 시중에는 '심리학'을 표방한 마케팅 책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흥미 위주의 단편적인 심리 효과(예: 밴드왜건 효과, 앵커링 효과 등)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써먹을 수 있는 '잡기술'이 아니라, 내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줄 '체계적인 프레임'이었습니다.

    우석봉 교수의 "브랜드 심리학"을 집어 든 이유는 저자가 가진 독특한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학계의 엄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돈이 되는 브랜드 자산'으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우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단어로 기억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 글자도 답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우리 브랜드가 '저장'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이 책은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인간의 인지 구조(Cognitive Structure)와 연결하여 설명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특히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라는 다소 모호한 경영학적 개념을 심리학적 메커니즘으로 분해해서 보여준다는 서평을 보고, 이 책이라면 내 마케팅이 헛바퀴를 도는 이유를 진단해 줄 수 있겠다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화려한 겉포장이 아니라, 고객의 뇌 신경망 속에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설계도'를 얻고자 했습니다.

    내가 재정의한 브랜드 심리학의 3가지 핵심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제가 알고 있던 마케팅 용어들의 정의를 다시 내렸습니다. 

     

    저자의 이론을 제 식대로 소화하여, 실무자의 언어로 재해석한 3가지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뇌 속에 구축된 '연상 네트워크(Associative Network)'다. 

     

    과거에 저는 브랜드를 단순히 로고나 네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브랜드란 고객의 뇌 속에 있는 기억의 파편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상태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노드(Node)'와 '링크(Link)'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라는 노드가 활성화되면 '운동', '열정', '조던' 같은 다른 노드들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제 방식대로 이해하자면, 마케팅이란 "우리 브랜드라는 노드에 어떤 단어들을 강력한 본드로 붙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싸움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일관성 없이 이것저것 좋다는 키워드를 다 갖다 붙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고객의 뇌 속에는 엉키고 설킨, 약한 연결고리만 남았던 것입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수만 가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단 하나의 강력한 링크를 선점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둘째, 소비자는 '최고의 제품'이 아니라 '기억하기 쉬운 제품'을 선택한다 (인지적 구두쇠). 

     

    우리는 우리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브랜드의 역할은 고객의 정보 처리 비용을 줄여주는 '지름길(Heuristic)'입니다. 

     

    이 개념을 접하고 제 상세페이지를 다시 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고객을 설득하겠다며 어려운 기술 용어와 복잡한 논리를 들이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고객은 논리적으로 설득당해서 사는 게 아니라, 뇌가 편안함을 느낄 때 구매 버튼을 누릅니다. 

     

    즉, 마케팅의 목표는 '설득'이 아니라 '친숙함'과 '유창성(Fluency)'을 높여 뇌의 부하를 줄여주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드립은 실패한 드립"이라는 말처럼,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는 실패한 브랜드"였습니다.

    셋째, 감정은 이성의 껍데기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핸들'이다. 

     

    저는 마케팅 기획서를 쓸 때 항상 '이성적 소구'와 '감성적 소구'를 구분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감성은 그저 제품을 예쁘게 포장하는 덤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감정이 기억의 저장과 인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감정은 기억을 강화하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밋밋한 정보는 휘발되지만, 희로애락의 감정이 묻은 정보는 해마(Hippocampus) 깊숙이 저장됩니다. 

     

    제가 그동안 놓쳤던 것은 바로 이 '정서적 태그(Emotional Tag)'였습니다. 

     

    기능적 혜택(기미가 없어져요)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고객이 느낄 해방감이나 자신감 같은 정서적 가치를 먼저 건드려야 뇌가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전 적용에 있어 다소 아쉬웠던 점

    이 책이 브랜드 심리학의 교과서적인 통찰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책이 그렇듯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특히 저처럼 당장 내일의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실무자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큰 장벽은 '내용의 학술적 깊이와 현업 적용 사이의 간극'입니다.

     

    저자는 인지심리학 이론을 매우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때로는 그 이론적 배경이 너무 깊게 들어가서 "그래서 이걸 지금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 어떻게 적용하라는 거지?"라는 실천적 물음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사례나 실험실 상황에서의 연구 결과가 주를 이루다 보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작은 브랜드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치열한 2차 가공이 필요합니다.

    또한, 디지털 마케팅 환경에 특화된 최신 사례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책의 본질적인 내용은 시대를 관통하지만, 알고리즘과 숏폼 콘텐츠가 지배하는 요즘의 매체 환경에서 소비자의 주의 집중 시간(Attention Span)은 더욱 짧아졌습니다. 

     

    이런 초단기 기억 경쟁 상황에서 브랜드 심리학을 어떻게 변주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팁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론은 탄탄하지만, 그것을 현대적인 도구(SNS, 유튜브 등)에 접목하는 방법은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채워야 할 숙제입니다.

    고객의 무의식을 설계하는 기획자로 거듭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심리학"은 마케터라면 책장에 꽂아두고 방향을 잃을 때마다 꺼내 봐야 할 지도와 같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팔 것인가'에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공정만큼이나, 고객의 머릿속에 브랜드라는 집을 짓는 공정(Process)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론의 습득이 아니라 적용입니다. 

     

    책에서 배운 '연상 네트워크'와 '정서적 태그' 개념을 활용하여, 제 블로그와 브랜드 메시지를 전면적으로 리뉴얼해 볼 계획입니다. 

     

    단순히 "좋아요"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기억 속에 특정한 '단어' 하나를 심기 위해 모든 채널의 목소리를 통일하는 작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오늘 다룬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제가 운영 중인 콘텐츠에 '브랜드 연상'을 심기 위해 어떤 키워드 전략을 짰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변화된 데이터(체류시간, 전환율)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심리학 이론이 돈이 되는 마케팅 전략으로 바뀌는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