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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됩니다. "좋은 아이디어 없어?" 하는 질문이 무겁게 느껴지거든요. 처음 기획 팀에 들어왔을 때는 창의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고민했습니다.
선배들은 회의 때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술술 내놓는데, 저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곤 했죠. 최장순 저자의 '기획자의 습관'은 그런 제게 다른 관점을 보여줬습니다.
기획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라고요. 매일 하는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기획력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기획자로 살아남고 싶었다
저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한 지 1년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획자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하고 나서 "기획"이라는 직무가 뭔가 멋있어 보여서 지원했죠. 근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기획자는 아이디어만 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개발팀과 조율하고,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분석하고, 경쟁사를 모니터링하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습니다.
그중에서 "새로운 기능 기획"은 사실 전체 업무의 20%도 안 됐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조율과 실행이었죠.
문제는 제가 그 "20%"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내도 "그건 이미 해봤어", "현실적이지 않아" 같은 피드백만 돌아왔습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더군요. 이러다 기획자로서 도태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든 건 책 소개를 보고서였습니다. 저자 최장순은 카카오, 네이버 같은 회사에서 10년 넘게 기획자로 일했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습관'이라는 키워드가 끌렸습니다. 특별한 재능 없이도 습관으로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다면, 저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기대했던 건 실용적인 팁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팀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핵심 인사이트 - 관찰이 먼저, 기획은 나중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건 "좋은 기획은 좋은 관찰에서 나온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기획을 할 때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어떤 기능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좋아할까?" 같은 질문을 혼자 고민했죠. 근데 저자는 그게 잘못된 순서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개발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기획팀은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처음 아이디어는 "친구 생일에 쿠폰을 선물하는 기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들을 관찰해보니 생일보다 "그냥 감사할 때", "미안할 때", "특별한 이유 없이" 선물하는 경우가 더 많더랍니다.
그래서 기획 방향을 완전히 바꿨고,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니 부끄러웠습니다. 최근에 "송금 기능 개선" 기획을 맡았을 때, 저는 다른 금융 앱들을 벤치마킹했습니다. 토스는 이렇게 하고, 카카오뱅크는 저렇게 하더라...
그걸 참고해서 기획안을 만들었죠. 근데 정작 우리 서비스 사용자들이 어떻게 송금을 하는지는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기획안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습관은 '메모'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메모는 단순히 생각을 적는 게 아닙니다. "왜?"를 3번 이상 질문하면서 메모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누군가 앱을 쓰는 걸 봤다면 "왜 저 앱을 쓰지?" → "왜 지금 이 시간에?" → "왜 다른 앱이 아니지?" 이렇게 파고들라는 거죠.
저도 이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한 학생이 계속 앱을 켜다 껐다 반복하더군요.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왜?"를 물어봤습니다. 왜 계속 앱을 확인할까? 알림이 안 와서? 아니면 뭔가를 기다리는 걸까?
나중에 용기 내서 물어봤더니, 배달 음식 주문 후 배달원 위치를 계속 확인하는 거였습니다. "푸시 알림은 왜 안 보세요?" 했더니 "알림이 너무 많아서 꺼놨어요"라고 하더군요.
이게 인사이트가 됐습니다. 중요한 알림과 덜 중요한 알림을 구분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실전 적용 방법 - 작은 실험의 반복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었던 부분은 '프로토타입 습관'에 관한 챕터였습니다. 저자는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이게 처음엔 이해가 안 갔습니다. 기획자가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근데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납득이 갔습니다. 기획안은 문서로만 보면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자세히 써도, 실제로 만들어보기 전까진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피그마나 프로토파이 같은 간단한 도구로라도 움직이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저도 시도해봤습니다. 최근에 "빠른 송금" 기능을 기획할 때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20페이지짜리 기획서를 만들었을 겁니다.
대신 피그마로 간단한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제 디자인 실력은 형편없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팀원들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피드백이 나왔습니다.
"이 버튼은 너무 작아", "이 단계는 불필요한 것 같아" 같은 구체적인 의견들이었죠. 문서로만 봤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피드백이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작은 실험' 방식도 따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전체 사용자에게 바로 오픈하는 게 아니라, 소수의 사용자에게만 먼저 테스트하는 겁니다.
A/B 테스트라고 하죠. 저희 서비스도 이제 신기능을 만들 때 먼저 5%의 사용자에게만 노출합니다. 반응을 보고, 문제가 없으면 점진적으로 늘려갑니다. 이렇게 하니까 큰 실패를 피할 수 있더군요.
책에서 또 하나 배운 건 '경쟁사 분석법'입니다. 단순히 경쟁사가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나열하는 게 아니라, "왜 저 기능을 만들었을까?"를 고민하라고 합니다.
저도 이제 경쟁 앱을 볼 때 화면 캡처만 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 리뷰를 읽어봅니다. "이 기능이 좋다"는 리뷰가 많으면, 그 기능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역추적합니다.
그러면 우리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나옵니다.
한계와 아쉬운 점 - 대기업 중심의 시각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자의 경험이 주로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사용자 수가 수백만 명이고, 데이터 분석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A/B 테스트도 쉽게 할 수 있고, 실험을 위한 리소스도 충분하죠.
근데 저희 같은 스타트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활성 사용자가 몇만 명밖에 안 되니까 A/B 테스트를 해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안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개발 리소스도 부족해서 프로토타입을 여러 번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 거의 없습니다.
또 책에서 강조하는 '관찰의 습관'도 좋긴 한데, 실제로 실천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저자는 매일 30분씩 사용자 관찰 시간을 가지라고 하는데, 업무가 바쁠 때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회의, 문서 작성, 개발팀 미팅...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거든요.
좀 더 현실적인 시간 관리 방법이나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조언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어떤 내용은 좀 뻔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라" 같은 조언은 이미 다른 기획 책에서도 많이 봤던 내용입니다.
좀 더 차별화된,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하나,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부분 성공 케이스입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 클로바 같은 히트작 이야기들이죠. 근데 기획자로 일하다 보면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 실패 사례와 거기서 배운 교훈이 더 많이 있었다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획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기획자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창의적인 사람만이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제는 "꾸준히 관찰하고, 질문하고, 실험하는 사람이 좋은 기획자가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재능보다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거죠.
완벽한 책은 아니지만, 초보 기획자인 저에게 방향을 잡아준 책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서 배운 '관찰 습관'을 실제로 한 달 동안 실천해본 결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매일 어떤 것들을 관찰했는지, 그걸 통해 어떤 기획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그리고 그중 실제로 프로젝트화된 것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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