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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일 - 15년 차 실무자가 말하는 마케팅의 민낯

📑 목차

    마케팅 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선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케팅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엑셀과의 싸움이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광고 기획하고, 카피 쓰고, 캠페인 만드는 게 마케터의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데이터 정리, 보고서 작성, 예산 조율 같은 일들이 훨씬 많더군요. 장인성 저자의 '마케터의 일'은 바로 그 '실제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현실적인 업무들에 대해서요.

     

    마케터의 일을 상징하는 아이콘과 기획 일러스트
    마케터의 일을 상징하는 아이콘과 기획 일러스트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저는 지금 스타트업 마케팅 팀에서 일한 지 2년 정도 됐습니다. 대학 때는 마케팅이 정말 멋진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 나이키의 'Just Do It' 같은 걸 배우면서 "나도 저런 걸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죠. 근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제가 실제로 하는 일은 대부분 지루한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매주 광고 성과 리포트를 만들고, 경쟁사 모니터링을 하고, 이벤트 페이지 오류를 확인하고... 

     

    가끔 기획 회의에 참여하긴 하지만, 제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게 내가 꿈꿨던 마케팅인가?"라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든 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마케터의 일'이라는 단순한 제목이 오히려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거든요. 

     

    저자 장인성은 쿠팡, 우아한형제들 같은 회사에서 15년 동안 일한 마케터입니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실무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대했던 건 명확했습니다. "이 괴리감이 나만 느끼는 건가?", "다른 마케터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나?"에 대한 답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루한 일들이 정말 필요한 건가?"에 대한 확신도 갖고 싶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거든요.

    핵심 메시지 - 마케팅은 디테일의 축적이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는 건 "마케팅의 본질은 화려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꼼꼼한 실행"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뭔가 특별한 비법이나 통찰을 기대했거든요. 근데 읽다 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책에는 저자가 쿠팡에서 경험한 일이 나옵니다. 

     

    당시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서비스를 막 시작했습니다. 마케팅 팀은 "빠른 배송"을 어필하는 광고를 만들었죠. 근데 고객 반응이 미지근했습니다. 

     

    알고 보니 '로켓배송'이라는 단어 자체가 고객들에게 와닿지 않았던 겁니다. "로켓처럼 빠르다"는 게 정확히 얼마나 빠른 건지 모호했던 거죠.

     

    결국 카피를 "오늘 주문하면 내일 아침 도착"으로 바꿨습니다. 단순한 변화였지만 전환율이 확 올랐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제가 배운 건, 마케팅은 '쿨한 아이디어'보다 '명확한 전달'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혁신적인 솔루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그게 뭔지 전혀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데이터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마케터가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합니다. 

     

    근데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 능력이 통계학이나 프로그래밍 같은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게 뭔지 해석하는 능력"이죠.

     

    예를 들어, 광고 클릭률이 3%라는 숫자를 봤을 때,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업종마다 평균이 다르고, 캠페인 목적에 따라서도 기준이 달라지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숫자만 보고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팀장님이 "그래서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라고 물으시면 대답을 못 했습니다. 

     

    이제는 벤치마크 데이터를 찾아보고, 이전 캠페인과 비교하면서 맥락을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저자는 또 "마케터는 번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발팀의 언어를 고객의 언어로 바꾸고, 경영진의 목표를 실행 가능한 캠페인으로 바꾸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라는 거죠. 

     

    이 표현이 와닿았던 건, 제가 실제로 그런 상황을 자주 겪기 때문입니다. 

     

    개발팀에서 "새로운 API 연동으로 처리 속도가 30% 향상됐다"고 하면, 저는 이걸 "이제 결제가 더 빨라졌어요"라고 고객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실전 적용 가능성 - 작은 습관의 변화들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팁들이 많다는 겁니다. 특히 '마케팅 보고서 작성법'에 관한 챕터가 유용했습니다. 

     

    저자는 좋은 보고서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간결함, 명확함, 액션 아이템.

     

    "결과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라"는 조언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예전에 제가 만든 보고서를 보면 "CTR 2.5%, 전환율 1.2%, 매출 500만 원" 이런 식으로 숫자만 나열했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CTR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타겟팅이 너무 넓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음 캠페인에서는 연령대를 좁혀서 테스트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석과 대안을 같이 제시하려고 노력합니다.

     

    책에서 또 하나 배운 건 '경쟁사 분석 방법'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경쟁사 광고를 모니터링하는 게 아니라, "왜 저 메시지를 선택했을까?"를 고민하라고 합니다. 

     

    저도 이 방법을 적용해봤습니다. 경쟁사가 갑자기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우리도 해야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근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 회사가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더군요. 그

     

    럼 우리는 오히려 기존 고객 리텐션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자는 '마케터의 학습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매일 30분씩 업계 뉴스를 읽고, 일주일에 한 번은 다른 업종의 마케팅 사례를 공부하라고 합니다. 

     

    저도 이걸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바쁜 업무 중에 따로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방법을 바꿨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마케팅 뉴스레터를 읽고, 점심시간에 유튜브로 짧은 마케팅 강의를 보는 식으로요.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씩 쌓이는 게 느껴집니다.

    한계와 아쉬운 점 - 대기업 중심의 시각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건, 저자의 경험이 주로 대기업이나 유니콘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같은 회사는 이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고, 마케팅 예산도 상당합니다. 그런 환경에서의 마케팅과 중소기업의 마케팅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거든요.

     

    예를 들어, 책에서는 "A/B 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메시지를 찾아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근데 제가 다니는 회사는 월 광고 예산이 300만 원입니다. 이 적은 예산으로 A/B 테스트를 하면 샘플 수가 너무 적어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안 나옵니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 거의 없습니다.

     

    또 저자가 강조하는 '크로스펑셔널 협업'도 좋은 개념이긴 한데, 우리 회사 같은 곳에서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마케팅 팀이 저 포함해서 2명뿐이거든요. 

     

    개발팀, 디자인팀, 데이터팀과 협업하라고 하는데, 그런 팀 자체가 없습니다. 

     

    대신 외주 업체와 일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품질 관리 이슈에 대한 내용은 없더군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어떤 부분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같은 조언들은 이미 다른 마케팅 책에서도 많이 봤던 내용입니다. 

     

    좀 더 파격적이거나 반직관적인 인사이트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언제는 데이터를 무시하고 직관을 따라야 한다" 같은 이야기 말이죠.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건, 마케터의 커리어 패스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어느 시점에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이 있었다면 더 유용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제 고민이 바로 "앞으로 뭘 더 배워야 하나?"거든요.

    화려함 뒤의 진짜 마케팅

     

    이 책은 제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케팅이 항상 재미있고 창의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데이터 정리하고 보고서 쓰는 일도 결국 더 나은 캠페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니까요. 완벽한 책은 아니지만, 실무 마케터로서 필요한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된 '마케팅 보고서 작성 템플릿'을 실제로 우리 팀에 적용해본 후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어떤 부분이 효과적이었고 어떤 부분은 수정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팀장님의 반응은 어땠는지 솔직하게 정리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