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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쓸 때마다 고민입니다. 열심히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을 빼곡히 채워 넣으면 팀장님은 "너무 길다"고 하시고, 짧게 요약하면 "내용이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어느 날 선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보고서는 길이가 아니라 밀도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박신영 저자의 '한 장 보고서의 정석'은 바로 그 '밀도'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핵심만 담아 한 장으로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죠.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보고서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저는 IT 스타트업에서 기획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입사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고요. 제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보고서 작성입니다.
주간 업무 보고, 프로젝트 기획안, 시장 조사 보고서, 성과 분석 리포트... 일주일에 최소 4~5개는 씁니다.
문제는 제가 쓴 보고서가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의 때 보고하면 임원님들이 중간에 끊고 "결론이 뭐야?"라고 물으십니다.
저는 분명 결론을 마지막 페이지에 썼는데, 그 전까지 읽어주시질 않더군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결론을 맨 앞으로 옮겼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근거가 약하네"라는 피드백이 왔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답답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한 장 보고서'라는 게 가능한가 싶었거든요.
저는 보통 1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만드는데, 그걸 한 장으로 줄인다는 게 상상이 안 갔습니다.
저자 박신영은 삼성전자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임원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제 기업 환경에서 검증된 방법이라는 점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기대했던 건 명확했습니다. 보고서 작성 시간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보고서 하나 만드는 데 평균 4~5시간이 걸립니다.
조사하고, 정리하고, PPT 꾸미고...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기획 업무는 못 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보고서가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핵심 원리 - 보고서는 문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이 책의 첫 장부터 충격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파악하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디자인도 예쁘게 하고, 내용도 풍부하게 채우려고 노력했죠. 근데 저자는 그게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신사업 검토 보고를 할 때였다고 합니다. 한 팀은 5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준비했습니다.
시장 현황, 경쟁사 분석, 기술 동향, 재무 계획까지 완벽하게 담았죠. 다른 팀은 한 장짜리 보고서를 냈습니다. 임원진이 관심 있어 할 세 가지 질문에만 답한 형태였습니다.
"이 사업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얼마나 벌 수 있나?", "리스크는 무엇인가?" 결과는? 한 장짜리 보고서가 승인받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제 보고서를 다시 봤습니다. 제가 쓴 지난주 프로젝트 기획안은 15페이지였습니다.
시장 조사, 사용자 페르소나, 기능 명세, 개발 일정, 예산 계획까지 다 들어가 있었죠. 근데 생각해보니 저희 대표님이 진짜 궁금해하시는 건 딱 두 가지였습니다.
"이게 돈이 되나?", "언제 시작할 수 있나?" 나머지는 사실 제가 열심히 한 걸 보여주고 싶어서 넣은 것들이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한 장 보고서' 구조는 간단합니다. 상단에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쓰고, 그 아래 3가지 근거를 배치하는 겁니다.
3가지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뇌가 3개 정도의 정보를 가장 잘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개면 너무 단순하고, 4개 이상이면 복잡해진다는 거죠.
실제로 적용해봤습니다. 최근에 새로운 마케팅 채널 도입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썼는데, 예전 방식대로라면 각 채널별 특성, 비용 분석, 경쟁사 사례 등을 10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했을 겁니다.
대신 한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맨 위에 "인스타그램 릴스 광고로 신규 고객 획득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그 아래 세 가지 근거를 넣었죠. "타겟 연령층 일치", "경쟁사 대비 낮은 CPC", "기존 콘텐츠 재활용 가능". 회의는 10분 만에 끝났고, 바로 승인받았습니다.
실전 적용 노하우 -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낭비를 없애는 것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었던 부분은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 챕터였습니다. 저자는 보고서를 쓰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 질문을 제시합니다.
"누가 읽는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어떤 액션을 원하는가?"
저는 보통 자료 조사부터 시작했습니다. 일단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그다음에 정리하는 식이었죠.
근데 저자는 정반대로 하라고 합니다. 먼저 결론을 정하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근거만 찾으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게 편향적인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결국 보고서는 무언가를 주장하고 설득하는 도구잖아요. 중립적인 정보 나열이 아니라요.
실제로 이 방식을 써보니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장 조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다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갔죠.
이제는 제안하고 싶은 결론을 먼저 정합니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할 데이터 3가지만 찾습니다.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책에서 또 하나 유용했던 팁은 '숫자의 힘'입니다. 저자는 막연한 표현 대신 구체적인 숫자를 쓰라고 강조합니다.
"많은 고객이 만족했다" 대신 "고객 만족도 85%", "빠르게 성장 중이다" 대신 "전년 대비 120% 성장"처럼요.
저도 의식적으로 숫자를 넣으려고 노력하는데, 확실히 설득력이 달라집니다.
다만 숫자를 쓸 때 주의할 점도 있더군요. 너무 많은 숫자를 넣으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책에서는 '한 장에 숫자는 5개를 넘기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정말 중요한 숫자만 강조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거죠. 저는 예전에 표를 만들어서 숫자를 잔뜩 넣었는데, 이제는 가장 임팩트 있는 3~5개만 선택해서 크게 표시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레이아웃 원칙'도 따라 하고 있습니다. 한 장 보고서는 보통 Z자 형태로 시선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왼쪽 위에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가고, 다시 왼쪽 아래로 내려간 후 오른쪽 아래로 끝나는 식이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왼쪽 위에, 결론이나 제안은 오른쪽 아래에 배치하라고 합니다. 이것만 신경 써도 가독성이 훨씬 좋아집니다.
한계와 아쉬운 점 -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정말 모든 보고서를 한 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거였습니다.
저자는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제 경험상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법률 검토나 기술 명세 같은 보고서는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한 장으로 요약하면 오히려 필요한 정보가 빠질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최근에 개인정보처리방침 개정안을 보고할 때가 있었는데, 법률 용어와 조항을 빼면 내용 자체가 성립이 안 됐습니다. 이런 경우는 책에서 다루지 않더군요.
또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부분 대기업 임원 보고 중심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회사의 이야기들이죠.
이런 환경에서는 의사결정권자가 바쁘고 시간이 없으니 한 장 보고서가 효과적일 겁니다. 근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저희 회사는 대표님이 디테일까지 다 관여하시거든요. 한 장만 드리면 "근거 자료는?" 하시면서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십니다.
그리고 솔직히 어떤 내용은 좀 뻔하게 느껴졌습니다.
"결론을 먼저 쓰라", "불필요한 내용은 빼라" 같은 조언은 이미 다른 글쓰기 책에서도 많이 본 내용입니다. 좀 더 차별화된 인사이트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책에서 제시하는 템플릿이 다소 경직돼 있다는 점입니다. "핵심 메시지 - 3가지 근거 - 결론"이라는 구조를 계속 강조하는데, 모든 주제가 이 틀에 맞는 건 아니거든요.
때로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질문-답변 형식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덜어내는 용기가 더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좋은 보고서는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적게 쓰는 거라는 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10페이지를 채우려고 애썼던 건 사실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내용이 부족해 보일까 봐, 열심히 안 한 것처럼 보일까 봐 이것저것 다 넣었던 거죠. 근데 정작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핵심만 알고 싶은 건데 말입니다.
이제는 보고서를 쓸 때마다 "이 문장이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묻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한 장 보고서' 방식을 우리 팀에 도입한 후 3개월간의 변화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보고서 작성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승인율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적용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솔직하게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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