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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성공 스토리만 가득합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들이죠. 근데 현실은 다르잖아요.
제 주변만 봐도 창업한 친구들 대부분이 2년 안에 문을 닫았습니다.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인데, 왜 책들은 성공 이야기만 할까요?
토머스 아이젠만의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은 그런 점에서 독특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수백 개의 스타트업 실패 사례를 분석한 책이거든요.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실패에서 배우고 싶었다
저는 지금 작은 온라인 교육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세우면서 계속 불안했습니다.
"과연 이게 될까?", "시장이 있긴 한 걸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창업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어봤습니다.
근데 대부분 "열정을 가져라", "고객에게 집중하라" 같은 추상적인 조언뿐이었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든 건 제목 때문이 아니라 저자의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토머스 아이젠만은 하버드에서 30년 넘게 창업을 가르친 교수입니다.
그가 직접 투자했던 스타트업들도 많이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성공한 창업가가 쓴 자서전이 아니라, 실패를 연구한 학자의 분석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대했던 건 명확했습니다. "창업하면 안 되는 경우"를 알고 싶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아이디어만 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실제로는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게 훨씬 많더군요.
시장 검증, 자금 조달, 팀 빌딩, 타이밍까지... 이런 것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건, 너무 학술적이거나 이론적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하버드 교수가 쓴 책이니까요. 다행히 실제 케이스 스터디가 많아서 읽기 편했습니다.
핵심 개념 - 조기 실패의 패턴과 징조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를 4가지 패턴으로 분류했다"는 겁니다. 그냥 "실패했다"가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거죠.
4가지 패턴은 이렇습니다. 잘못된 시장(Bad Bedfellows), 잘못된 제품(False Starts), 잘못된 타이밍(False Dawns), 그리고 속도 문제(Speed Traps).
제가 가장 공감했던 건 '잘못된 시장' 부분이었습니다. 책에서는 Quincy Apparel이라는 의류 스타트업 사례가 나옵니다.
이 회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성 고객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타겟 고객을 너무 넓게 잡았다는 거죠.
"25~45세 여성"이라는 게 타겟이었는데, 이건 사실상 타겟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25살 직장인과 45살 주부가 원하는 옷이 같을 리 없잖아요.
결국 누구에게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망했습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니 비슷한 실수를 할 뻔했더군요.
저는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20대 신입사원과 40대 중간관리자가 원하는 교육 내용이 완전히 다를 겁니다.
책을 읽고 나서 타겟을 "이직을 준비하는 3~5년차 IT 직장인"으로 훨씬 좁혔습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건 '속도 문제' 파트입니다. 저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면 무조건 빨리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Better Place라는 전기차 배터리 교환 스타트업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회사는 8억 5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빠르게 확장하려다가 망했죠. 기술도 제대로 검증 안 된 상태에서 여러 나라에 인프라를 깔았고, 결국 2013년에 파산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린 스타트업"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빠른 실패, 빠른 학습이 좋다고들 하지만, 어떤 비즈니스는 천천히 검증해야 한다는 거죠. 특히 하드웨어나 인프라가 필요한 사업은 더 그렇습니다.
실전 적용 가능성 - 창업 전 체크리스트로 활용하기
이 책이 실용적인 이유는 각 장 끝에 '자가진단 질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타겟 고객이 정말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까?", "당신의 솔루션을 실제로 돈을 내고 살 의향이 있는 고객을 최소 10명 이상 만나봤습니까?" 같은 질문들이죠.
저는 이 질문들을 가지고 제 아이디어를 다시 점검해봤습니다.
솔직히 답변이 명확하지 않은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경쟁자보다 10배 나은 솔루션인가?"라는 질문에서 막혔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강의가 기존 온라인 강의보다 조금 나을 수는 있어도, 10배 나은지는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책에서는 Webvan이라는 온라인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 사례도 나옵니다.
1999년에 시작해서 2001년에 파산한 회사입니다. 지금 보면 "온라인 식료품 배송"이 당연한 서비스지만, 당시에는 너무 이른 타이밍이었죠.
고객들은 아직 온라인으로 장을 볼 준비가 안 됐고, 배송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2012년에 시작한 Instacart는 성공했습니다. 차이는 타이밍이었죠.
이걸 보면서 "내가 지금 하려는 게 시장이 준비된 시점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IT 직장인 교육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금 뛰어들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아니면 오히려 시장이 성숙해서 기회인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저자는 또 하나 중요한 조언을 합니다. "창업팀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라"는 겁니다.
친한 친구끼리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의 약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거죠.
책에서는 한 스타트업이 기술 창업자 3명으로 시작했다가 마케팅을 전혀 못 해서 망한 사례가 나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몰랐던 거죠.
저도 혼자 준비하고 있는데, 마케팅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계와 아쉬운 점 - 성공 방정식은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한계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패 패턴은 잘 분석했지만, 성공 공식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게 정직한 태도일 수도 있지만, 막상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잘못된 타이밍"을 피하라고 하는데, 그럼 어떻게 타이밍이 맞는지 아는 걸까요? 사실 타이밍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뛰어드는 거잖아요. 저자도 이 부분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시장은 다르니까요.
한국에서는 초기 자금 조달 방식도 다르고, 고객 행동도 다르고, 규제 환경도 다릅니다. 책에서 배운 원칙을 한국 상황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고 나니 창업이 더 무서워졌습니다. 실패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무작정 뛰어드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준비하는 게 낫죠. 하지만 때로는 너무 많이 아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창업을 하긴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질문에는 책도 답을 주지 않습니다.
실패를 알아야 실패를 피한다
결국 이 책이 제게 준 가장 큰 교훈은 "창업은 도박이 아니라 계산"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운도 중요하지만, 명백한 실수들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생존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이 책을 읽고 제 창업 계획서를 전면 수정했습니다.
타겟도 좁혔고, 검증 방법도 구체화했고, 예상 비용도 더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서 제시한 '창업 전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실제로 제 아이디어에 적용해본 결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어떤 질문들이 가장 어려웠는지, 그리고 그 질문들을 통해 어떤 맹점을 발견했는지 솔직하게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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