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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브랜딩 미팅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대표님은 "우리 브랜드 색깔은 파란색으로 하고, 슬로건은 혁신으로 가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죠. "이제 브랜딩 끝난 거죠?" 저는 그 순간 "브랜딩이 이렇게 단순한 거였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로고 정하고, 색깔 정하고, 문구 정하면 브랜드가 완성되는 걸까요? 뭔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임태수 저자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를 읽게 됐는데,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세 단어가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완전히 다른 단계를 의미한다는 걸 이 책이 명확하게 짚어주더군요.

브랜드는 '결과물'이 아니다 – 소비자 인식 속의 총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브랜딩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막상 "브랜드가 뭐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없었거든요.
로고? 디자인? 아니면 광고? 다 맞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고, 이 책의 제목이 그 답을 줄 것 같았습니다.
임태수 저자는 첫 장부터 정의를 명확히 합니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 머릿속에서 형성되는 인식의 총체라고요.
아무리 회사가 "우리는 혁신적인 브랜드다"라고 외쳐도, 소비자가 "별로 혁신적이지 않은데?"라고 느끼면 그게 진짜 브랜드입니다.
기업의 의도가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이 브랜드를 만드는 거죠. 책에서 든 예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자동차 회사가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를 표방하며 광고를 쏟아냈습니다. 모델도 젊게 쓰고, 음악도 경쾌하게 넣었죠.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아버지 세대가 타는 차"로 인식했습니다.
왜? 실제로 길거리에서 그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광고 속 이미지보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미지가 더 강력했던 겁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회사는 스스로를 "수평적 문화"라고 홍보했습니다. 채용 공고에도, 회사 소개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죠.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상명하달 문화가 강했고, 회식은 필수였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여기 수평적이래?"라며 코웃음 쳤습니다.
회사가 주장하는 브랜드와 직원들이 경험하는 브랜드가 달랐던 겁니다. 저자의 말처럼, 브랜드는 선언이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
브랜딩은 '과정'이다 – 일관된 접점 설계하기
두 번째 개념인 '브랜딩'은 첫 번째와 완전히 다릅니다. 브랜드가 결과라면, 브랜딩은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모든 활동입니다.
저자는 이를 '접점 설계'라고 표현합니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만나는 모든 순간, 모든 경로가 일관된 경험을 주도록 설계하는 거죠.
임태수 저자는 흥미로운 비유를 듭니다. 브랜딩은 요리와 같다고요. 레시피(전략)가 있고, 재료(요소)가 있고, 조리 과정(실행)이 있습니다. 하나라도 엉망이면 요리는 실패합니다.
로고가 아무리 멋져도 고객 응대가 불친절하면, 광고가 아무리 감동적이어도 제품 품질이 형편없으면, 브랜딩은 실패하는 겁니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애플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애플은 제품 디자인만 신경 쓰는 게 아닙니다.
박스를 여는 경험, 매장 직원의 응대, AS 프로세스, 심지어 충전 케이블의 촉감까지 모두 '애플다움'을 유지합니다.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주는 게 바로 브랜딩이라는 거죠.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수많은 디테일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니까요.
반대 사례도 많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카페는 인테리어는 세련됐는데, 직원들이 매번 바뀌고, 커피 맛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떨 땐 맛있고, 어떨 땐 싱거웠죠. SNS에는 예쁜 사진을 올리지만, 정작 화장실은 지저분했습니다. 이런 게 바로 브랜딩 실패입니다.
한두 가지는 잘해도, 전체적인 일관성이 없으면 브랜드로 각인되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브랜딩은 '하나의 활동'이 아니라 '모든 활동의 조율'이었습니다.
브랜디드는 '상태'다 – 브랜드가 된다는 것의 의미
세 번째 개념인 '브랜디드'는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를 "브랜드화됐다"는 상태로 설명합니다.
단순히 이름이 알려진 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 기준 자체가 된 상태를 말하는 거죠.
"검색 = 네이버", "커피 = 스타벅스"처럼, 카테고리와 브랜드가 동일시되는 단계입니다.
임태수 저자는 이 단계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두 번의 좋은 경험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십, 수백 번의 반복된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브랜디드' 상태가 됩니다. 이게 바로 많은 스타트업이 착각하는 지점입니다.
빠르게 인지도를 올리려고 광고를 쏟아붓지만, 정작 제품이나 서비스 경험은 뒷받침되지 않는 거죠.
책에서 소개된 파타고니아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로 브랜디드됐습니다. 한두 번의 캠페인으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수십 년간 일관되게 환경 보호 활동을 하고, 제품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심지어 "우리 제품 사지 말라"는 광고까지 했습니다. 이 모든 게 쌓여서 지금의 이미지를 만든 거죠.
제가 관찰한 로컬 브랜드도 있습니다. 동네 빵집인데,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팝니다.
유행하는 디저트도 안 만들고, 배달도 안 하고, SNS도 거의 안 합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빵 사러 간다"가 아니라 "○○집 가야지"라고 말합니다.
이미 그 빵집이 '빵'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된 겁니다. 브랜디드는 화려함이 아니라 신뢰의 축적이라는 저자의 말이 딱 맞았습니다.
세 단계는 순차적이다 – 브랜드 구축의 로드맵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이 세 단계가 순서대로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브랜드(정의) → 브랜딩(실행) → 브랜디드(상태).
많은 기업들이 이 순서를 무시하고 단숨에 브랜디드 상태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다 실패하죠.
임태수 저자는 이를 집짓기에 비유합니다. 설계도(브랜드)를 제대로 안 그리고 시공(브랜딩)을 시작하면, 집(브랜디드)은 무너집니다.
아무리 좋은 자재를 써도, 설계가 엉망이면 소용없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고 마케팅부터 시작하면, 일관성 없는 메시지만 난무하게 됩니다.
책에서 실패 사례도 많이 다룹니다. 한 패션 브랜드가 갑자기 "친환경"을 내세우며 리브랜딩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엔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했고, 생산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죠.
소비자들은 "갑자기 왜?"라며 의심했고, 결국 신뢰를 잃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딩만 바꾼 케이스입니다.
저도 이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작은 온라인 숍을 운영할 때, "뭐가 잘 팔릴까"만 생각했습니다. 이번 달엔 빈티지 스타일, 다음 달엔 미니멀 스타일.
트렌드만 쫓다 보니 일관성이 없었죠. 고객들은 "여기 정체성이 뭐야?"라며 떠났습니다.
브랜드 정의 없이 브랜딩만 바꾸니, 브랜디드 상태는 절대 올 수 없었습니다. 저자의 로드맵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 – 중소기업 사례와 실행 도구 부족
모든 책이 그렇듯, 이 책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사례가 대부분 대기업 위주라는 점입니다.
애플, 나이키, 파타고니아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참고는 되지만,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당장 적용하기엔 거리가 멉니다.
현실적으로 작은 규모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개념 설명은 훌륭하지만 실제 실행 도구나 체크리스트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브랜드를 정의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지를 작성하고, 어떤 워크숍을 진행하고, 어떤 순서로 정리해야 하는지 같은 실용적인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이론은 이해했는데, 실행으로 옮기기엔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브랜드는 결과, 브랜딩은 과정, 브랜디드는 목표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는 혼동하기 쉬운 세 개념을 명쾌하게 구분합니다. 브랜드는 소비자 인식, 브랜딩은 접점 설계, 브랜디드는 신뢰의 축적.
이 세 단계를 이해하면, 브랜드 구축이 단순히 로고 만들고 광고 돌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시간과 일관성, 그리고 진정성이 필요한 긴 여정임을 깨닫게 되죠.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서 제시한 세 단계를 실제 로컬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전개할 수 있을지, 단계별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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