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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 나는 매번 같은 브랜드만 집어들까?" 라면은 신라면, 치약은 페리오, 커피는 맥심. 다른 제품도 많은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어떻게 1등이 됐을까? 그냥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뭔가 전략이 있었던 걸까?
조서환, 추성엽 두 저자가 쓴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 전략"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는 1등 브랜드 뒤에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는 걸 보여주죠.

1등이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 시장 선점의 타이밍 전략
책을 집어 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품 기획 일을 하면서 "왜 어떤 제품은 뜨고 어떤 제품은 망할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거든요.
품질이 좋아도 안 팔리는 제품이 있고, 품질이 특별하지 않은데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제품이 있습니다.
분명 거기엔 어떤 패턴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 국내 1등 브랜드들의 사례를 분석한 이 책이라면 답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저자들은 첫 장부터 명확하게 말합니다. '1등이 되는 건 대부분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라고요.
처음엔 "그게 다야?"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먼저 출시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을 정확히 포착해서 들어가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됩니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건 '참이슬' 이야기입니다. 참이슬은 1998년에 출시됐는데, 당시는 IMF 직후였습니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비싼 위스키 대신 저렴한 소주를 찾기 시작했죠. 바로 그 타이밍에 '부드러운 소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며 등장한 게 참이슬입니다.
만약 IMF 이전에 나왔다면? 아마 "소주는 원래 독한 맛이 매력인데"라며 외면받았을 겁니다. 만약 5년 늦게 나왔다면? 이미 다른 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겠죠.
시장이 원하는 순간에,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 거였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가 떠올랐습니다.
친환경 세제를 만들었는데, 출시 시점이 2015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친환경"은 '비싸고 효과 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결국 그 제품은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친환경 세제가 대세입니다. 제품이 나쁜 게 아니라, 타이밍이 빨랐던 겁니다.
저자들의 말처럼,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언제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카테고리 킬러가 되려면 – 소비자 인식 속 1등 자리 선점하기
두 번째로 강조되는 건 '카테고리 리더십'입니다. 저자들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냉장고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대부분 삼성이나 LG를 떠올립니다.
"검색 하면?" 네이버나 구글이죠. 이게 바로 카테고리 리더십입니다. 소비자 머릿속에서 특정 카테고리와 브랜드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책에서는 '반복'과 '일관성'을 강조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각인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 하면 딤채"라는 인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수십 년간 광고, 제품 개발, 유통 모든 부분에서 '김치냉장고=딤채'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했기 때문이죠.
재미있는 건, 실제로 1등이 아니어도 1등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점유율이 2위인데도 소비자들은 1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왜? 마케팅을 더 잘해서입니다. 저자들은 이를 '인지적 1등'이라고 부릅니다. 진짜 1등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들 머릿속의 1등'이라는 겁니다.
제가 관찰한 사례를 하나 들자면, 동네에 치킨집이 세 곳 있습니다. 실제로 맛 테스트를 해보니 A집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B집을 더 많이 찾습니다.
왜일까요? B집은 배달 앱에서 항상 상위에 노출되고, 리뷰도 많고, SNS에도 자주 올라옵니다. 반면 A집은 조용히 장사만 합니다.
실제 품질도 중요하지만, 그걸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각인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맛은 A집이 이기지만, 마케팅은 B집이 이기는 겁니다.
경쟁자를 만들지 말고 '시장'을 키워라 – 파이 확대 전략
세 번째 핵심은 '시장 확대' 개념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의 점유율을 빼앗으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다르게 접근하라고 말합니다.
경쟁자와 싸우지 말고, 아예 시장 자체를 키워라는 거죠. 파이를 나눠 먹으려 싸우지 말고, 파이를 더 크게 만들자는 겁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비비고 만두'입니다. CJ는 만두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만두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만두를 안 먹던 사람들"을 타겟으로 잡았죠. 프리미엄 만두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만두를 '간편식'이 아닌 '제대로 된 한 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가격도 기존 만두보다 2배 이상 비쌌지만, 성공했습니다. 기존 만두 소비자를 뺏어온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소비자층을 만들어낸 겁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카테고리 재정의'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경쟁 상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만두를 '냉동식품'으로 정의하면 다른 냉동식품과 경쟁해야 하지만, '프리미엄 한식'으로 정의하면 경쟁 구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저자들은 이렇게 비유합니다. "같은 링 위에서 더 세게 치려 하지 말고, 아예 다른 링으로 가라."
실생활에서도 이런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시장에 들어오면서 기존 커피숍과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3의 공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죠.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파는 겁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이 5천 원이 넘어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완벽한 예입니다.
브랜드 충성도는 '습관'에서 나온다 – 장기 생존 전략
마지막으로 다루는 건 '지속 가능성'입니다. 1등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저자들은 여기서 '습관화 전략'을 제시합니다. 소비자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반복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를 위한 방법으로 책에서는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일관된 품질. 언제 사도 같은 맛, 같은 성능이 나와야 합니다.
둘째, 접근성.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정서적 연결.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그 브랜드와의 추억이나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정' 라면을 예로 들면, 40년 넘게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게 오히려 장점인 거죠.
소비자들은 "정 라면은 언제 먹어도 그 맛"이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이게 바로 습관입니다. 새로운 라면이 나와도 "그냥 정 먹을래"가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공감한 건, 저도 모르게 만든 습관들이 많다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같은 브랜드 커피를 내리고, 세수할 때는 항상 같은 클렌징폼을 쓰고, 운동화는 늘 같은 브랜드만 삽니다.
왜? 그게 편하니까요. 다른 걸 고민하는 게 귀찮은 겁니다. 저자들이 말하길, 브랜드 충성도의 본질은 '신뢰'가 아니라 '편함'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게으릅니다. 충분히 만족스러우면 굳이 다른 걸 찾지 않죠. 그래서 1등 브랜드는 '바꿀 이유'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 – 해외 사례와 디지털 전략 부족
모든 책이 그렇듯, 이 책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국내 사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 시장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글로벌 트렌드나 해외 성공 사례와의 비교 분석이 부족해서 시야가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이 다소 오래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급부상한 SNS 마케팅, 인플루언서 전략, 데이터 기반 마케팅 같은 디지털 영역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TV 광고 한 번보다 유튜브 숏츠 하나가 더 강력할 때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빠져 있어서 현재 시점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1등의 자리는 전략으로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 전략" 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선택하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1등이 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타이밍, 포지셔닝, 시장 확대, 습관화. 이 네 가지 키워드만 제대로 이해해도, 마케팅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된 전략들을 최근 떠오르는 뉴 브랜드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실전 활용법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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