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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바꾸는 데이터의 힘 - 숫자를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

📑 목차

    회사에서 매주 마케팅 리포트를 만듭니다. 광고 클릭 수, 전환율, 매출액... 숫자들을 정리해서 보고하죠.

     

    근데 팀장님은 항상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야?"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숫자는 보이는데, 그 숫자가 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백승록 저자의 '마케팅을 바꾸는 데이터의 힘'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책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보는' 방법이 아니라 '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죠.

     

    마케팅 데이터를 시각화한 그래프와 아이콘 일러스트
    마케팅 데이터를 시각화한 그래프와 아이콘 일러스트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데이터 앞에서 무력했던 순간들

    저는 패션 커머스 회사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년 차 마케터죠. 구글 애즈, 메타 광고 같은 걸 운영하는데,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집니다. 

     

    GA4 대시보드를 열면 수백 개의 지표가 나오고, 광고 플랫폼마다 또 다른 숫자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숫자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CPA가 1만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올랐을 때, 이게 정상적인 변동인지 아니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건지 판단이 안 섭니다. 경쟁사는 어떤지도 모르고, 업계 평균도 모릅니다. 

     

    그냥 "올랐네요"라고 보고하면 팀장님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으시고, 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만 답합니다.

     

    이 책을 선택한 건 저자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백승록은 삼성전자, 11번가, 야놀자 같은 회사에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이론만 아는 학자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다뤄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기대했던 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었습니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지겹게 들었습니다. 근데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죠. 

     

    어떤 지표를 봐야 하는지, 그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이런 게 알고 싶었습니다.

    핵심 개념 - 데이터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제가 데이터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데이터가 '답'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만 잘 보면 "이렇게 하면 된다"는 명확한 방향이 나올 거라고 믿었죠. 근데 저자는 정반대로 말합니다. "데이터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만든다"고요.

     

    11번가에서 있었던 실제 사례가 나옵니다. 특정 카테고리의 매출이 갑자기 30% 떨어졌습니다. 

     

    팀원들은 "경쟁사가 할인 행사를 했나?", "광고비를 줄였나?" 같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근데 데이터를 더 깊이 파보니까 원인이 전혀 달랐습니다. 

     

    배송 지연 때문에 고객 리뷰가 나빠졌고, 그게 검색 순위에 영향을 미쳐서 노출이 줄어든 거였습니다. 만약 표면적인 숫자만 봤다면 엉뚱한 곳에 돈과 시간을 낭비했을 겁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광고 전환율이 떨어졌을 때, 저는 광고 소재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를 새로 만들었죠. 

     

    근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쟁사가 공격적인 가격 할인을 했던 겁니다. 제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했다면 진작 알 수 있었을 텐데, 숫자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했던 거죠.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개념은 '코호트 분석'입니다. 이게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같은 시기에 들어온 고객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추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월에 가입한 고객들의 3개월 후 재구매율과 2월에 가입한 고객들의 3개월 후 재구매율을 비교하는 식이죠.

     

    이걸 왜 하냐면, 전체 평균만 보면 놓치는 게 많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야놀자 사례가 나옵니다. 전체 고객의 평균 재구매율은 30%였습니다. 

     

    나쁘지 않은 수치죠. 근데 코호트로 나눠보니까 문제가 보였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가입한 신규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전체 평균은 예전 고객들의 높은 재구매율 덕분에 괜찮아 보였던 거죠. 이 분석 덕분에 신규 고객 온보딩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우리 회사 데이터를 코호트로 분석해봤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작년 상반기 고객들은 3개월 내 재구매율이 40%였는데, 하반기 고객들은 20%밖에 안 됐더군요. 

     

    제품 품질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타겟팅이 잘못된 건지 원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런 걸 모르고 계속 신규 고객 유치에만 집중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실무 적용 팁 - 완벽한 데이터보다 빠른 실행

    이 책이 다른 데이터 분석 책과 다른 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많은 데이터 관련 책들이 정교한 모델링이나 통계 기법을 강조하는데, 이 책은 오히려 "80% 확신이 들면 바로 실행하라"고 합니다.

     

    저자는 "분석 마비"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데이터를 너무 완벽하게 분석하려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죠. 삼성전자에서 있었던 일이 나옵니다. 

     

    어떤 팀이 신제품 출시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6개월 동안 시장 조사와 데이터 분석만 했습니다. 완벽한 전략을 만들려고요. 

     

    근데 그 사이에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먼저 내놨고,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게 정말 공감됐습니다. 저도 광고 캠페인 하나 시작할 때마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좀 더 분석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망설입니다. 

     

    근데 그러다 보면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커머스 같은 업계는 변화가 빠르거든요. 2주만 늦어도 트렌드가 바뀝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린 데이터 분석'입니다. 핵심 지표 3~5개만 정하고, 그것만 집중적으로 트래킹하는 겁니다. 

     

    저희 팀은 예전에 20개가 넘는 지표를 보고서에 넣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그 중 절반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CAC(고객획득비용), LTV(고객생애가치), 재구매율 이 세 가지만 집중해서 봅니다.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책에서 또 유용했던 건 'A/B 테스트 설계 방법'입니다. 저는 A/B 테스트를 하면 무조건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고 믿었습니다. 

     

    근데 저자는 A/B 테스트에도 함정이 많다고 경고합니다. 샘플 사이즈가 충분하지 않으면 의미 없고, 테스트 기간이 너무 짧아도 잘못된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제가 했던 A/B 테스트를 돌아보니 문제가 많았습니다. 일주일만 돌리고 결론을 내렸는데, 책에 따르면 최소 2~3주는 봐야 한답니다. 

     

    특히 주말과 평일의 패턴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테스트 설계할 때 훨씬 신중해졌습니다.

    아쉬운 점 - 중소기업 현실과의 괴리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자의 경험이 대부분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죠. 

     

    삼성전자, 11번가, 야놀자... 이런 회사들은 데이터 팀이 따로 있고, 전문 분석 도구도 갖춰져 있습니다. 근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해서 보는 CDP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합니다. 좋은 조언입니다. 

     

    근데 CDP 도입하려면 수천만 원이 듭니다. 저희 회사 연간 마케팅 예산이 그것도 안 되는데요. 이런 현실적인 제약에 대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또 코호트 분석이나 고급 세그먼트 같은 기법들도 좋긴 한데, 실제로 하려면 데이터 엔지니어링 능력이 필요합니다. 

     

    SQL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조도 이해해야 합니다. 마케터 혼자서 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물론 책에서 간단한 엑셀 예제도 제공하긴 하는데,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엔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어떤 부분은 너무 이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데이터 기반 문화를 만들어라", "조직 전체가 데이터를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같은 이야기들인데, 마케팅 팀장도 데이터에 관심 없는 우리 회사에서는 그냥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저 혼자 아무리 데이터를 분석해봤자, 의사결정권자가 "느낌상 이게 맞는 것 같아"라고 하면 끝이거든요.

     

    또 하나,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부분 성공 케이스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이야기들이죠. 근데 데이터를 잘못 해석해서 망한 사례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실패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더 많은데 말이죠.

    데이터는 도구일 뿐, 중요한 건 질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 업무 방식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대시보드를 열고 숫자만 확인했다면, 이제는 "이 숫자가 왜 이런가?", "다음에 뭘 해야 하나?"를 먼저 생각합니다. 

     

    완벽한 분석보다는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물론 대기업 사례와 우리 회사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서 배운 '린 데이터 분석' 방법을 실제로 우리 회사에 적용해본 3개월간의 결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어떤 지표를 선택했는지, 그 지표를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매출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