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기획서를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내용인가?" 20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줄이자니 설명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선배들 기획서를 보면 더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선배는 50페이지를 쓰고, 어떤 선배는 5페이지로 끝냅니다. 도대체 기획서의 정답이 뭘까요?
남충식 저자의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줬습니다. 기획서는 딱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요. 문제와 해결책. 그 외는 다 군더더기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기획서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저는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입사 2년 차죠. 제 업무 중 가장 스트레스받는 게 기획서 작성입니다.
한 달에 평균 4~5개의 기획서를 쓰는데, 매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합니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어떤 때는 "너무 간략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다음번에 자세히 쓰면 "요점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대표님 스타일에 맞춰야 하나 싶어서 길게 쓰면, 팀장님은 "핵심만 말해"라고 하십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신규 강의 커리큘럼 기획안을 작성했습니다.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타겟 페르소나, 커리큘럼 구성, 마케팅 계획, 예상 수익... 30페이지 분량이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공들여 만들었죠.
근데 회의에서 대표님이 2페이지까지만 보시고 "그래서 이 강의가 왜 필요한 거야?"라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전달이 안 된 겁니다.
이 책을 집어 든 건 '2형식'이라는 단어가 궁금해서였습니다.
기획에 정형화된 형식이 있다는 게 신기했거든요. 저자 남충식은 LG, SK 같은 대기업에서 15년 동안 기획자로 일했고, 지금은 기획 강의를 한다고 합니다.
수천 개의 기획서를 봤을 사람이니 뭔가 패턴을 알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기대했던 건 간단했습니다.
기획서를 빨리, 그리고 명확하게 쓰는 방법이 알고 싶었습니다. 형식이 정해져 있다면 매번 고민할 필요 없이 그 틀에 맞춰서 쓰면 되니까요.
핵심 개념 -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라
책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기획은 2형식이다. 문제(Problem)와 해결책(Solution)." 저는 처음에 "그게 다야?" 싶었습니다.
너무 단순한 거 아닌가 싶었죠. 근데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저자는 대부분의 기획서가 실패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고 바로 해결책으로 뛰어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신규 앱을 만들자"는 기획서를 보면 앱 기능 설명은 잔뜩 있는데, "왜 이 앱이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는 거죠.
책에 나온 사례가 공감됐습니다. 한 회사에서 "고객 만족도 향상 프로젝트" 기획서가 올라왔답니다.
기획서에는 챗봇 도입, CS 교육 강화, VOC 시스템 개선 같은 해결책이 가득했습니다. 근데 정작 "고객 만족도가 왜 낮은가?"에 대한 분석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는 배송 지연이었는데, 기획팀은 엉뚱한 곳에 예산을 쓰려고 했던 겁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해결책도 소용없다는 교훈이었습니다. 저도 제 기획서를 다시 봤습니다.
최근에 쓴 "학습 동기 부여 기능 추가" 기획서였는데, 기능 명세는 상세하게 적었지만 정작 "왜 학습자들의 동기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분석은 2줄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학습 이탈률이 높다"는 데이터만 제시하고 바로 해결책으로 넘어갔던 거죠.
저자가 제시하는 '문제 정의 프레임워크'를 배워서 적용해봤습니다. 현상(What) - 원인(Why) - 영향(Impact) 순서로 쓰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학습 완강률이 30%다(현상) → 강의 난이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3주차에 이탈이 집중된다(원인) → 이로 인해 월 매출의 40%를 담당하는 유료 수강생 전환이 감소한다(영향)."
이렇게 쓰니까 문제가 훨씬 명확해지더군요. 해결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해결책은 최대 3가지만 제시하라"고 강조합니다.
10가지 아이디어를 나열하면 의사결정권자는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대신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 3가지를 선택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명확히 비교하라고 합니다.
저도 이제 기획서에 해결책을 쓸 때 "Best", "Alternative", "Long-term"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실전 적용 팁 - 한 페이지로 승부하기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한 페이지 기획서' 개념이었습니다. 저자는 중요한 기획일수록 한 페이지로 요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바쁘기 때문에 긴 문서를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죠. 저자가 소개하는 LG전자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제품 론칭 기획을 할 때, 초기 기획서는 80페이지였답니다. 시장 분석, 기술 스펙, 마케팅 전략, 재무 계획... 모든 걸 담았죠.
근데 임원 보고 때 임원들은 앞의 5페이지만 보고 나머지는 넘기더랍니다. 결국 핵심만 담은 한 페이지 요약본을 다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배운 건, 상세 내용은 부록으로 빼라는 겁니다. 본문은 한 페이지로 문제와 해결책만 명확히 쓰고, 시장 조사나 세부 일정 같은 건 뒤에 첨부하는 식이죠.
실제로 해보니 효과가 있었습니다. 최근에 "신규 멘토링 프로그램" 기획서를 이 방식으로 썼는데, 회의가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2시간은 걸렸을 겁니다.
책에서 또 유용했던 건 '비교 테이블' 작성법입니다. 여러 대안을 제시할 때, 표로 만들어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하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A안, B안, C안을 제시한다면, 비용, 기간, 효과, 리스크를 행으로 만들고 각 안을 열로 배치하는 거죠.
저도 이 방법을 쓰니까 피드백이 훨씬 구체적으로 왔습니다. "B안의 비용을 줄일 수 있나?", "C안의 기간을 단축할 방법은?" 같은 식으로요.
저자는 또 '데이터의 힘'을 강조합니다.
막연한 추측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라는 겁니다. "많은 고객이 불만족한다" 대신 "고객 만족도가 지난달 대비 15% 하락했다"처럼요.
저도 의식적으로 숫자를 넣으려고 노력합니다. 설문 결과든, 사용 로그든, 경쟁사 데이터든... 뭐라도 숫자로 뒷받침하려고 합니다.
한계와 아쉬운 점 - 모든 기획이 2형식으로 가능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의문이 있습니다. "정말 모든 기획을 문제와 해결책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저자는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최근에 한 "브랜드 리뉴얼" 기획은 명확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닙니다. 매출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고객 불만이 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더 나은 이미지로 성장하자"는 목표였죠. 이런 경우 억지로 문제를 만들어내야 하나 싶더군요.
"현재 브랜드 이미지가 낡았다"고 문제를 정의했는데, 솔직히 좀 억지스러웠습니다.
또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부분 대기업입니다. LG, SK, 삼성... 이런 회사들은 의사결정 구조가 명확하고 보고 문화가 체계적입니다.
근데 스타트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희 회사는 대표님이 디테일까지 다 관여하시거든요.
한 페이지 요약본만 드리면 "구체적인 계획은?" 하시면서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십니다.
그리고 솔직히 '2형식'이라는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문제와 해결책으로 구성하라는 조언은 이미 많은 기획 책에서 봤던 내용입니다.
이 책만의 차별화된 방법론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책에서 제시하는 템플릿이 다소 딱딱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기획서를 똑같은 형식으로 쓰면 오히려 창의성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비주얼 중심의 기획서가 나을 수도 있는데, 그런 유연성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습니다.
형식은 자유를 위한 제약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획서에 대한 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더 많이 쓰는 게 성의 있는 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제는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형식이라는 틀이 제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핵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더군요. 완벽한 방법론은 아니지만, 기획서 작성의 명확한 기준을 준 책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2형식' 기획서 방식을 한 달 동안 적용해본 결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어떤 유형의 기획에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경우에는 통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템플릿을 어떻게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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